
DAVINCI RESOLVE GRADING EXAMPLE
신상철 촬영감독/다빈치 리졸브 컬러리스트 ㅣ 입력 2017년 02월 12일
2016년 소요필름 허성완 감독님의 단편영화 '쉬운 일 아니에요'의 촬영과 색보정을 진행했는데요, 제작 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비 지원과 J4 Entertainment의 장비 지원이 이루어진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입니다.
감독: 허성완
호명 역: 권다함
민선 역: 전소니
촬영감독: 신상철
색보정: 신상철
카메라: 캐논 C300 마크2
렌즈: 캐논 씨네 렌즈 세트
Log / LUT: 캐논 로그 2 / DCI-P3
해상도: 3840x2160P (1.85:1 Letter Box)
원본 코덱: XF AVC - H.264 in MXF wrapper
직설적이기보다는 의미를 함축한 대사들이 주를 이루는 시나리오와, 감독님의 섬세한 성향을 고려해 카메라는 부드럽고 여성적인 느낌의 Canon C300 Mark2로 골랐습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쓰인 언어가 참 섬세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기본적으로 매우 정적인 이야기이고, 하지만 인물들의 감성은 치열하게 부딪칩니다.
촬영/보정 컨셉을 요약하자면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타오르는 색감들이 인물들의 심리를 대변하게 하자'가 될 수 있겠는데요. 정적인 카메라 무빙과 여백을 활용한 앵글을 견지하되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를 색을 통해 부각시키고, 전체적으로 섹시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1. 노이즈 리덕션 (사진 가운데의 화살표를 움직여 주세요. 좌측이 Before, 우측이 After입니다.)
다빈치 리졸브에 내장된 Temporary Noise Reduction 기능으로 노이즈를 정리해 줍니다. 노이즈가 너무 심할 경우 Neat Video를 적용하기도 하는데 선예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적용합니다. 컨트라스트가 압축된 캐논 로그라 오리지널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요, 밝기를 조정했을 때는 큰 차이를 보여 줍니다.
2. 선예도 조정
포커스가 맞은 부분과 맞지 않은 부분을 분리해 포커스가 맞은 부분만 선예도(샤프니스)를 올려 줍니다.
포커스가 맞지 않은 부분을 분리해 주는 이유는 촬영시 포커스가 맞지 않은 부분일 수록 블러가 들어가면서 Bokeh(조리개 모양) 가장자리가 선명해지는데요, Bokeh가 완벽한 구가 아닌 만큼 선예도가 올라갈 경우 화면에 보이는 Bokeh 가장자리가 칼로 도려낸 듯 지나치게 날카로워지고 컨트라스트까지 올라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결과적으로 포커스가 맞지 않은 부분의 입자들(무수히 작은 Bokeh들)이 거칠어지는 것이지요.
9개의 날을 가진 조리개가 작동하는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유저 Catsquisher 제작

COOKE Anamorphic/i 65mm 렌즈의 Bokeh.
아나모픽 특유의 공룡눈알을 닮은 모습.
출처: COOKE Optics

3. 밝기 조정
캐논 로그로 인해 뿌옇게 나온 화면의 밝기를 조정해 줍니다.
남녀 주인공 (호명과 민선)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씬에 힘을 준다는 판단 하에 컨트라스트를 강하게 넣되 민선의 얼굴에는 컨트라스트를 최소화합니다. 지금은 기억을 잃고 찾아온 민선의 분위기가 호명의 감정을 끌어당기고 있는 순간입니다. 반면에 모든 걸 알고 있는 호명의 무거운 얼굴에는 탑라이트로 인한 그림자가 부각되도록 합니다.
4. 프라이머리 컬러
프라이머리 컬러 조정을 합니다. 추운 곳을 헤메다 보금자리를 찾아온 민선을 표현하기 위해 하이라이트와 섀도우에는 따뜻한 앰버를 넣고 미들에는 그린을 넣어 신비로움과 긴장감을 불어 넣습니다. 하이라이트에 들어간 앰버는 등불들을 따뜻하게 부각시키고 섀도우에 들어간 앰버는 관객의 무의식에서 따뜻한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개인적으로 표면적인 부각은 하이라이트를 통해, 무의식적인 작용은 섀도우를 통해 하는 편입니다.
5. 스킨 조절
호명과 민선의 스킨을 각각 키를 따서 조정해 줍니다.
호명의 무거운 표정을 부각시키기 위해 갈색을 살짝 넣고 민선은 더욱 창백하게 만들어 줍니다.
민선의 창백한 얼굴은 오랫동안 추운 밖에서 떠돌았음을 보여주며 기억을 잃은 신비로운 분위기에도 일조합니다.
또한 스킨에만 Spatial Noise Reduction을 적용시켜 피부를 더 맑게 만들어 줍니다.
다빈치 리졸브 세컨더리에서 민선의 스킨을 Key로 분리한 모습.

6. 커튼 색 조정
현장에서 본 커튼은 결 때문에 빛을 받으면 탁한 색으로 변하는 성질이 있었습니다. 커튼의 밝은 부분을 키로 분리해 원래 색과 맞춰 줍니다.
촬영 전부터 호명의 사무적인 책상 외에는 탁한 색은 왠만하면 배제하자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는 둘 사이의 타오르는 감정은 탁한 색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커튼의 밝은 부분을 Key로 분리한 모습.
7. 민선이 덮은 담요의 붉은 색

민선이 덮은 담요에서 붉은색을 분리해 살려 줍니다.
붉은색은 여성적인 동시에 섹시함을 내포하고 있는데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호명은 남성보다는 여성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 캐릭터라고 느껴졌고, 호명과 민선 사이에 흐르는 애정의 묘한 긴장감은 극의 흐름을 끌고 나가는 매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감독님이 만들어 낸 영화의 분위기는 픽스샷 혹은 달리의 롱테이크가 많고 정적이며 인물의 감정은 치열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감정의 치열함만큼은 색을 통해 겉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담요의 붉은색 부분을 Key로 분리한 모습.

7. 민선이 덮은 담요의 녹색

민선이 덮은 담요의 붉은색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녹색을 살려 줍니다. 붉은색과 녹색은 보색 관계로, 서로를 부각시키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한 웜톤으로만 깔린 화면은 지나치게 루즈해질 수가 있습니다. 제게 녹색이나 청록색은 긴장감을 주는 색으로 느껴지는데, 프라이머리 색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미들에 녹색을 넣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술 비평가 샤를 블랑이 1867년에 만든 보색 대비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색이 보색 관계이다.
By Kwamikagami - Own work, CC BY-SA 4.0
9. 블랙
색보정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블랙과 화이트입니다. 블랙이나 화이트에 색이 첨가될 때는 본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인간의 눈에는 음영을 인지하는 세포가 색을 인지하는 세포보다 훨씬 많아 화이트나 블랙이 원래와 다를 때 더 분명하게 눈치채기 때문입니다. 뮤직비디오 같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블랙은 블랙답게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블랙을 만들어 주기 위해 키를 잡고 색조를 빼서 블랙답게 만들어 줍니다. 프라이머리에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좀 더 섬세하게 범위를 한정하기 위해 세컨더리 키를 활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다빈치 리졸브 세컨더리에서 블랙을 Key로 분리한 모습.

10. 비네팅
비네팅은 원래 렌즈나 센서의 태생적인 결함에서 오는 수차의 한 종류이나 색보정에서는 유용하게 쓰입니다.
이 컷의 주인공은 민선이고, 그래서 포커스도 민선에게 가 있습니다.
시간과 장비 혹은 장소의 한계로 인해 조명을 100퍼센트 만족스럽게 깎고 촬영에 들어가는 일은 드뭅니다. 비네팅을 넣어 관객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민선에게 가고, 두 번째로 호명에게 간 뒤 공간을 인식하도록 유도합니다. 이 때,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비네팅을 섞어서 자연스럽게 화면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칼 짜이스 Otus, Milvus, Planar 의 85mm 렌즈 3개를 각각 비교한 차트. 그래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렌즈의 주변부를 나타내며, 세로의 숫자는 광량을 %로 나타낸다.
By Viktor Pavlovic, 출처: www.verybiglobo.com
원본과 최종본 비교
한 컷을 완성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고민, 장비와 10여 개의 보정 단계가 들어갔습니다.
보통 단편영화의 경우 200컷 내외, 장편영화는 적게는 1000컷, 많게는 3000컷 정도가 들어갑니다. 흔히 영상 쪽 일을 노가다라고 표현하는데요, 섬세한 차이라도 잡아내기 위해 스태프들은 기꺼이 고민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한 편의 영상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